aedc2edc37da3e22d970b5492d7e7ee53122daa997cf5fad65e6d7e5a740c3e5

 

작은 내가 거대한 역사에 참여한 뜻깊은 시간

– 제3회 동북아평화를 위한 일본학습탐방 및 교류회를 다녀와서 –

 

 

이번 일본 탐방은 3박 4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집에서 허투루 날릴 수도 있었던 시간을 귀하고 값지게 쓴 것 같아 매우 뜻깊은 일본 탐방이다. 사실 가장 좋았던 어느 한 장소를 꼽아서 말해보라고 한다면, 머뭇거릴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 이번 탐방은 빼놓고 말할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피드백이 있었던 군함도에서부터 나가사키 전망대까지 모든 경험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했다.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와 의미 있었던 일은 나가사키 현지인들과의 교류였다. 그 이유는 일본인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전반적인 고정관념을 덜어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베 정권의 반역사적, 반민주적인 일방적 정치행태에 유감을 가지고 있었고 평화를 중시하는 사람들이었다. 더욱이 나아가 오카 마사하루 기념 평화자료관 견학 시 계셨던 분들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피와 땀을 인정하고 기리기까지 하였다. 정말 놀라웠다. 일본 사람이라고 다 똑같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도 사람이었고, 부끄러운 그네들 나라의 역사를 인정할 줄 아는 민주시민이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부끄러움을 인정할 줄 아는 미덕’을 배웠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곳은 역시나 군함도였다. 군함도는 일제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시킨 곳이다. 강제 징용. 이 곳 하시마 섬은 학교, 병원, 사무소 등이 갖춰졌던 곳이다. 일부 생존자는 “너무 힘들어 섬을 나가려고 신체 절단까지 생각했다”라고 증언했다. 1945년 5월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노동자들은 시내 복구 작업에 투입되어 피폭 피해까지 입어야 했다.

해저탄광은 막장 바닥에 물이 차 습기가 많아서 작업이 매우 힘들다. 규슈 지역 탄광은 막장 높이가 아주 낮아 거의 눕다시피 해 탄을 파야 했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이런 자세로 탄을 파야 했던 노무자들의 고통을 미루어 짐작해 보니 마음이 참 아팠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미쓰비시 병기 스미요시 터널 공장터이다. 실제로 이 곳 공장터널을 들어가 보니 너무 춥고 으스스했다. 이 곳에서 어린 조선인들이 고된 일을 하며 흘렸을 눈물을 생각하니 어느새 내 눈가도 젖어있었다.

 

일본 탐방기간 중에 발렌타인데이가 있었다. 그 날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 이기도 하다. 그 날과 관련하여 나는 안중근 의사 자서전을 봤던 것을 떠올렸다.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은 일제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약소국인 조선의 국민인 것이 죄라며 자신을 위로한다. 그는 자신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은 마땅한 일이며, 동양 평화에 반하는 행위를 일삼는 이토를 저격한 것을 떳떳하게 하다고 이야기한다.

 

일본 탐방을 다녀오면서, 지금까지 희미하게 가지고 있었던 역사 지식 조각의 퍼즐들이 맞춰지는 것 같아 전율을 느꼈다. 또한, 내가 지금 이렇게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은 우리의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서 얻어내야 했던 귀하고 값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하게 여길만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끝으로, 이렇게 유익한 프로그램은 기획해주신 흥사단 국장님, 간사님 또 통역 열심히 해주신 선생님께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흥사단을 알게 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인연은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하에 이미 나는 흥사단과 깊은 친구가 된 것만 같다.

역사를 글로 배우면 우리 머릿속엔 지식이 되지만,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소중한 땅들을 밟는다면 그것은 역사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번 나가사키, 후쿠오카 탐방은 ‘이렇게 작은 내’가 거대한 ‘역사’에 참여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 글 : 숭실대·대통아 7기 윤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