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선진국가를 위한 선거문화와 제도의 개혁

정용상(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

올 해는 흑룡의 해라고 연초부터 의미부여를 강하게 하면서 나라와 개인의 융흥을 바라는 마음으로 온 국민이 뜀박질을 시작하였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 경제위기에 따른 그칠줄 모르는 경제__황의 늪을 헤쳐 나가기 위한 다양한 국제공조의 틀 속에서 우리는 몸부림치며 용트림의 새해를 맞았다. 글로벌화된 세계질서 속에서는 나라간에 서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함께 나아가기 때문에 어느 특정국가의 경제가 안 좋으면 바로 세계경제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또한 한 나라의 정치가 불안정하면 다른 나라의 정치환경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마침 올 해는 세계 6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열풍이 휘몰아 치는 해이기 때문에 국제경제사회의 안정 또한 염려되는 바 크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그러한 선거분위기에 들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어 벌써부터 그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어찌 보면 선거는 공무담임을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수권자에 대한 신임을 묻는 잔치이자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현실은 오직 피선거권자들 그들만의 리그인 듯 국민의 생각보다는 자기들끼리의 잇속을 챙기는 기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듯하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지 싶은 느낌을 갖게 한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제도로서 민주주의의 꽃이자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대향연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창출해 낸 많은 제도 중에서 그래도 아직도 아니 영원히 쓸만한 제도를 몇 가지 꼽아 보라면 주식, 보험제도 등과 함께 선거제도가 반드시 포함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월에 국회의원선거가 있고,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선거는 민심의 바로메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당의 입장에서는 정권신임을 묻는 성격이고 야당의 입장에서는 정권심판의 입장에서 선거를 바라 보게 된다. 지난 4년간 사회 각 분야의 발전이 제대로 되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선거결과는 그 성과를 대변하듯 표로서 답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정치판이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정치는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 보면 그저 갑갑할 뿐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국민의 선량이라는 간판은 좋으나 온갖 사리사욕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이권이라는 이권은 모조리 싹쓸이 하는 엄청난 권한남용을 다반사로 한다. 국회의원은 지위를 남용한 이권의 개입, 겸직을 통한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을 바탕으로 시도 때도 없이 불공정·독점적 방법으로 이익을 쓸어 담는다. 변호사출신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피감기관인 법원에서 변론활동을 했다면 그건 불공정 거래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부정과 비리와 특권적 반칙의 불공정 경쟁을 통한 독과점적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잘못된 시스템을 그대로 둔체, 선거철에 고성능 마이크를 통한 공명선거 캠패인이나 선거참여를 권유하는 가두방송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거추장스러운 흉물에 불과하며 선거는 불필요한 장식물이 될 뿐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선거제도가 국민정서나 현실적 사회환경에 맞춤식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사회전분야가 정치논리에 매몰되어 모든 것을 정치가 좌지우지 하므로 인하여 선거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인 식으로 사생결단을 하려 드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법도 도덕도 예의도 없다. 선거를 통해 집권을 하면 모든 것을 다 가지게 되므로 목숨을 걸고 달겨들 수 밖에 없다. 총선과 대선의 성격이 차이는 있으나 결과론적으로는 마찬가지이다. 권력의 쟁취이며, 국정의 주도권을 잡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물론이고 사회 전분야의 주도권을 가지느냐 잃느냐의 문제와 연결되니 선거법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이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이 된다. 정치에는 정치논리가 작동되고, 경제에는 경제원리가 작동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를 핸들링하는 거대파워를 형성하기 때문에 모두가 정치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정치권력의 생산라인인 선거에 사력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선거는 그 제도적 토대부터가 공정성도 합헌성도 부여하기 어려운 많은 맹점들을 가지고 있다. 선거구 획정의 과도한 인구불비례, 선거의 룰 그 자체의 비현실성, 공천과정의 불합리, 여론조사방식이나 기법의 엉성함, 정책의 실종과 인신비방난무, 풀뿌리민주주의의 실종과 중앙권력예속화, 낙하산식 후보결정, 계파간 나눠먹기식 공천, 정당정치의 실종, 동일선거구내에서의 행정구역별 지역갈등, 도덕불감증 환자 등 범법자가 선량이 되는 등용문으로 선거제도가 악용되는 등 그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또한 국회의원선거와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장선거 및 기초·광역의회 의원선거 등과 뒤엉켜 상위의 선거출마를 위해 현재의 선출직의 줄사퇴가 이어지는 등 아수라장이다. 이러한 만신창이의 선거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의 개혁과 아울러 선출직의 책무를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급한대로 정치선진화, 선거의 선진화를 위한 몇 가지 개혁과제를 제시해 보면, 총론적 과제로서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 헌법을 글로벌화에 걸맞는 통치구조와 기본권신장을 위한 방향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 권력의 집중을 막고,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는 권한의 분산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론적 과제로서 첫째, 풀뿌리민주주의의 참기능을 실현하기 위해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구청장이나 군수가 정당에 목을 메고 끌려 다니고, 몇 명되지도 않는 기초의회에서 당파싸움을 일삼으며 주민의 이익보다는 정당의 이익을 우선하거나, 차기 공천을 위한 눈치보기로 의정활동을 하도록 방치해서는 참다운 지방자치의 구현이 어렵다. 둘째, 선출직은 임기중 타 선출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현직을 수행하던 중에 상위직(?)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현직을 사퇴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줄줄이 이어져 선거이슈에 모든 것이 파묻히게 된다. 셋째, 선출직이 정부 공직취임시 그 직을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장관이 된다든지 정무직의 상근직이 되면 국회의원직을 내어 놓아야 한다. 이 경우 또 선거를 치르는 문제가 생기므로 선출직의 임명직으로의 등용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옳다. 넷째, 선출직의 경우 겸직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변호사나 전문자격사로서의 활동을 계속한다든지, 기업을 경영한다든지, 영리관련 단체장을 겸직한다면 과연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선출직, 특히 국회의원의 겸직은 사리사욕의 추구는 물론 건전한 입법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도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선출직의 궐위시 재보선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강화하여 잦은 선거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이 문제는 선출직 재임중 타선출직 출마를 억제하면 상당부분 그 문제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지방정부로 위양하여 지방정부의 중앙정부예속화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권한의 대폭이양이 필요하다. 일곱째, 탈당 또는 당적변경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하여 철새정치인 또는 무책임정치의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글로벌 선진법치에 걸맞는 선거법제도와 정책의 개선을 통하여 국민의 힘이 증명되는 시스템으로서의 선거를 통해 선출직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그 정치집단이 책임을 지며, 국민은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선거문화와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대향연이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잔치상이다. 주인인 국민의 심부름꾼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로서의 기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도록 선거나무를 잘 키워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