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억제 한다더니 징후도 몰랐다고?”

기사입력 2012-12-13 오전 8:33:01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지난 5년간 현 정부가 보여준 안보 무능 시리즈 중 가장 치명적인 실패사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서울 종로 흥사단 강당에서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북한 로켓발사의 의미와 한반도 평화방안 모색’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디펜스21플러스> 김종대 편집장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현 정부가 얼마나 안보에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정부는 11일 북한이 로켓을 해체했고 당분간 발사를 안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이것은 오로지 한국 정부만의 판단이었다. 발사를 하지 않는다는 외신의 보도도 없었고, 우주 강국으로 정보 능력이 탁월한 미국과 유럽도 발사하지 않는다는 예측을 하지 않았다”며 정황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섣불리 판단한 정부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것이 곧 이명박정부 대북 정책의 근간이 흔들린 아주 심각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김 편집장은 “MB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이 적극적 억제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북한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파악하고 발사 이전에 선제적으로 제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제적 제압은커녕 징후도 제대로 파악 못했다”며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장한 적극적 억제가 정보 수집의 실패 때문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MB정부 스스로 북한에 보여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 흥사단 강당에서 진행한 전문가 좌담회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김종대 편집장은 우리 정부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체제는 새로운 판을 짜고 있고 동북아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로켓 발사를 계기로 한국의 차기 정부는 북한 및 주변국과의 전략적 대화를 주도할 기회를 포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로켓 발사, 한국 대선 때문에?
일각에서 한국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로켓 발사를 감행한 북한의 의도를 두고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의도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는 대내적인 정치적 목적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로켓 발사는 강성대국 진입과 김정은 체제 출범을 정당화하는 가시적 성과”라며 “발사시기를 조정한 것은 미국 대선과 중국 당대회를 고려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도산통일연구소 서주석 부소장 역시 발사 시기를 두고 북한이 미국과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서 부소장은 “미국 쪽에서 미 대선 전까지는 발사하지 말라는 것을 요청했고 이것을 북한이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며 “이와 더불어 당대회로 대표되는 중국의 정치 일정도 고려된 듯하다”고 말했다.
<디펜스21플러스> 김종대 편집장은 대선에 개입하기에 로켓은 너무 위험 부담이 큰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북한이 한국 대선에 개입하는 데는 재래식 무기만으로 충분하다”며 “실패할 수도 있는 로켓까지 동원하여 북한정권의 위신이 걸린 도박을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가진 내적 요인에 주목했다. 북한이 우주 강국, 위성과 같은 것들을 통해 강성대국을 열어 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든 성공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김 편집장은 “김정은 제1비서가 ‘도박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잃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시도하는 것이 중독자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면 김정은 비서와 북한 정권의 로켓에 대한 도전 역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미국과의 협상과 같은 핵심적인 전략적 변수도 부차적인 변수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 어디까지 가능할까?
북한이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고 로켓 발사를 감행했기 때문에 국제적 제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전보다 강한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는 원칙적으로 제재를 한 이후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김 교수는 “올해 4월 로켓 발사를 앞두고 북한과 미국은 유엔결의안 1874호에 명시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발사 금지’라는 조항을 재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으로 표현한 2.29 합의를 도출했다”며 “합의 당시 북한은 로켓을 발사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미국은 표면적으로 안 된다고 했지만 암묵적으로 넘어간 것 같다. 따라서 강한 제재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산통일연구소 서주석 부소장 역시 유엔이 새로운 결의안을 도출하는 등의 제재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서 부소장은 “기존에 있던 결의안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에 합의하기도 쉽지 않고 이행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오히려 지금은 기존에 있는 결의안을 이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책임연구위원도 “유엔 의장성명은 가능하지만 또 다른 결의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한편 북한 로켓 발사를 자제하고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갈등을 예방하는 ‘불안정한 평화’에서 갈등이 종결된 ‘적극적 평화’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함께 북한 핵 능력 강화를 막기 위한 전략적 관리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산통일연구소 서주석 소장은 북한 로켓 발사는 북핵 문제와 뗄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북핵 협상과 함께 풀어가야 하고 이것 역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호 기자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