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발사 자체도 목적” “북, 미와 협상 고지 선점” “정부대응 따라 대선에도 영향”

손제민·이혜인 기자 jeje17@kyunghyang.com

ㆍ전문가 긴급 토론
북한의 로켓 발사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 확보를 위한 측면도 있지만 위성 발사 자체에도 목적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제기됐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12일 서울 혜화동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에서 열린 ‘북한 로켓 발사의 의미와 한반도 평화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북한이 위성 강국, GPS 강국으로 가겠다고 하는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우리 군은 유도무기의 70%를 미국 GPS에 의존하는 반면 북한은 자주국방을 하기 위해 정보에서의 자주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북한이 제한된 인력으로 독자적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우리가 나로호에 탑재한 인공위성 무게가 100㎏”이라며 “북한이 쏘아올렸다는 인공위성 역시 100㎏이다. 실험위성이 아니라 실용위성을 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이 업적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핵무기와 로켓이 아니라 핵무기와 인공위성”이라며 “지금 만든 로켓은 김정은 때 만든 것이 아니라 김정일 때 만든 것이다. 김정일의 군사강국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로 한발 다가간 상징적 의미도 간과해선 안된다”면서 “다만 북한은 ICBM을 갖기 위해서는 아직 추가적 기술이 많이 필요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ICBM을 갖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국제사회의 반응이 ICBM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핵무기 운반수단 확보에 한걸음 더 다가가 향후 진행될 미국과의 협상에서 고지를 선점했다”고 말했다.
이날 즉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 전망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제재 결의보다는 의장성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서주석 연구위원은 “유엔 안보리에서는 추가적인 결의 없이 의장성명 정도로 나올 것”이라며 “추가 제재에 합의하기 쉽지 않고 그것이 이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추가 결의에 집착하다보면 소모적인 외교전이 되고 말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결의 이행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규열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중국의 비판 수위가 2006년 핵실험 때와 비교하면 높지 않다”면서 이 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중국이 1964년 핵실험을 하고, 70년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뒤 72년 일본, 78년 미국과 수교했다”면서 “북한도 핵실험과 위성 발사를 끝낸 내년부터는 대미협상에서 굉장히 유연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 예정기간을 연장한 뒤 이날 기습적으로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정보분석 무능으로 빚어진 착시현상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기습적 발사는 정부에서 판단 못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사실 다 예고한 것이다. 다만 시간적으로 우리가 판단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편집장은 “중국도 만류하고, 미국과의 대화에도 걸림돌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발사를 강행한 것은 김정은 입장에서 너절하게 계산기 두드리기보다 원칙적으로 하자는 결정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보수언론이 한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부여하지만 그러려면 굳이 고가의 미사일 대신 재래식 무기로 판문점 같은 데서 쏘는 것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 미칠 영향은 이명박 정부의 대응에 따라 그 폭이 정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김근식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이 기회에 미국을 설득해 해운제재와 이란식 금융제재 등을 하려고 한다”면서 “그러나 북·미 간의 물밑 사전조율, 북·중 관계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무리하게 홀로 강경조치를 하기보다는 내년에 있을 북·미 간 협상에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서주석 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겠지만 한국 정부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할 경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미 항공우주사령부가 낸 성명 말미에 ‘미국 영토는 전혀 침해하지 않았다’고 덧붙인 것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로켓 발사는 새 정부의 과제”라며 “이명박 정부가 이 문제를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몰아가면 시민사회가 감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