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흥사단 성명서>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육에 대한 획일적 통제를 거부한다!” 

흥사단은 지난 일제 강점기에는 도산 안창호의 민족독립정신을 바탕으로 독립운동에 헌신 희생하였으며, 해방이후에는 대한민국의 사회발전과 민주화에 기여하였다. 그런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회귀는 독립운동가의 고귀한 희생을 약화시키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나아가 이승만·박정희 독재체제를 편파적으로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폄하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도산의 독립정신과 흥사단의 민주주의 전통에 배치되는 친일 독재 미화 교육은 용납할 수 없다.

1. 정부는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의 고교 한국사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규정하고, 균형 잡힌 교과서 개발을 위해 국정 교과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좌편향”으로 낙인을 찍은 한국사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만들어진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따라 집필되었으며, 박근혜 정부가 ‘검정-심의’하여 통과시킨 교과서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교과서 수정권한을 내세워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수정내용을 관철시킨 바 있다. 만일 7종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면 교육부는 검정 승인한 교과서를 스스로 매도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에 교육부의 주장을 신뢰할 근거는 희박하다. 또한 교학사 교과서 1종을 제외하고 나머지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매도하는 것은 교육부 자체가 편향된 역사관으로 교과서를 판정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2.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독립운동에 기반한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민주화 노력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집중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존의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일부 보수 세력의 좌편향 비판을 정부가 받아들여 수정명령을 내린 바 있으며, 이미 교과서 집필기준도 개정하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독재를 미화하였음은 물론 역사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오류투성이의 부실 교과서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비호 아래 검정을 통과하였다. 그러나 이런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채택률 0%로서 외면당하자,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육의 독점을 위해 독재시대의 유물인 국정교과서 제도를 부활시키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3. 현행 검정교과서는 교육과정, 집필기준, 검정-심의, 수정명령을 통해 교육부 장관이 사실상 통제할 수 있는 준 국정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역사교육을 보다 용이하게 통제하기 위해 국정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는 특정 정권의 뜻대로 편찬이 가능한 독점적인 교과서로서,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를 무시하고 정권의 요구에 따라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더욱이 5년마다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잦은 교과서 개편으로 인하여 교육현장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1974년 유신독재시절에 도입된 국정교과서가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였던 사실을 경험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강행은 이승만·박정희 독재체제의 업적과 정당성만을 편파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역사교육을 정치권력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4. 국정교과서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지적하였다(1992.11.12.)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획일화를 강제하는 국정교과서제도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에 역행하는 것이며, 헌법상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배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을 저해하고,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 내지 암기식 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며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하였다. 특히 “(한)국사의 경우, 특정 학설만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하였다.

5.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국정교과서는 일부 독재국가에서 채택하는 제도로서, 민주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검인정제에서 자유발행제로 전환하고 있다. 유엔은 역사 교과서의 집필은 역사학자에게 맡겨야 하며, 정치가 등 다른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교사의 교과서 선택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였다. 유네스코는 민주주의 교육 선언에서 ‘어느 개인이나 집단도 어떤 문제에 대하여 유일한 해답은 할 수 없으며,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둘 이상 있을 수 있다’는 다원성을 존중하고 서로 토론과 협의를 통하여 공동의 합의를 도출할 것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 교육이 세계화의 추세에 부응하여 개방적이며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개혁의 방향에도 배치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6. 국정교과서에 대한 거센 반대 여론을 의식해, 최근에는 ‘하나의 교과서’, ‘단일한 교과서’, ‘통합 교과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부가 역사해석을 독점함으로써 우리 청소년들에게 획일적인 역사관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앞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의 근거가 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헌법 전문에 명시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마치 대한민국 건국으로 해석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정부가 ‘국론 통일’, ‘국민 정체성 확립’,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특정한 이념에 기초한 획일적 역사관을 주입시키는 것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물을 양성하는데 장애가 될 것이다. 획일적인 역사관은 획일적인 사고를 낳을 뿐이다.

7. 역사교육의 목적은 역사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판단력과 건전한 비판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국가사회의 문제를 공동의 토론과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서 해결할 수 있는 민주적인 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 한마디로, 교육은 이러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며, 우리 사회의 주인으로서 우리 역사에 대하여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체성이며 국민통합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찍이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황제가 없습니까,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과거에는 황제가 1인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2천만 국민이 다 황제입니다. 황제란 무엇입니까. 주권자입니다. 과거에 주권자는 유일하였으나 지금은 여러분이 모두 주권자입니다.”라고 주창하였다. 도산 선생은 우리사회의 주권자로서 시민을 육성할 것을 역설하였으며,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자주독립국가를 실현하기 위하여 평생토록 독립투쟁에 헌신하였다.

우리 흥사단 단우와 회원들은 불의에 항거해온 민족 독립 정신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시민의 정신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비롯하여 한국사 교육에 대한 획일적인 통제에 대하여 강력히 규탄하면서 저지 운동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2015년 10월 12일

 

흥 사 단